[재정칼럼] 조심해야 하는 금융상품
물가 폭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고 사태, 이자율 상승 등으로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처럼 연일 요동치고 있다. 경제 침체기(Recession)가 목전에 있다는 불안한 소식에 투자자 마음 역시 갈팡질팡한다. 특히 은퇴가 가깝거나 이미 은퇴한 투자자는 두려운 마음에 생활비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심지어 잠도 편히 잘 수 없다. 한인들은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하여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 같은 것을 좋은 은퇴 수단으로 생각한다. 요즘처럼 불안한 주식시장에선, 특히 원금이 보장되며 꾸준히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투자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 생활비를 보장하는 연금 상품이 있다. 은퇴 계획에 따라 생활비 지급 금액과 지급 시점을 선택할 수도 있다. 목돈을 예금하면 높은 이자로 원금을 불려주고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약속한 생활비를 평생 지급한다”는 유혹은 거절하기 어렵다. 금융상품을 파는 사람은 어뉴이티(Annuities)를 그야말로 ‘투자의 만병통치약’처럼 말을 하지만, 투자 상품의 비용(Expenses)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Annuities: What investor should know, Lori Loannou, WSJ, June 4, 2022)에 의하면 어뉴이티의 90%는 수수료를 받는 보험 에이전트와 브로커에 의해서 판매되고 있으며 그 수수료가 매우 높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수수료(Commission) 외에도 운용비, 라이더마다 부과되는 비용이 0.25%에서 1.5% 이상 될 수 있다. 계약을 중단하면 부과(Surrender Charge)되는 비용이 10%까지 될 수 있기에 투자자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상품은 투자자와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다. 투자자가 목돈을 보험회사에 주면 보험회사는 그 돈을 받아서 투자자가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보험인이 설명하는 지급 시점은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생활비 지급 금액은 투자자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보험회사가 결정한다. 모든 투자자는 높은 연금을 받기 원하지만, 금융회사나 보험회사는 자선사업가가 아니기에 회사의 비용과 이익금을 계산한 후 연금 액수를 계산하기에 지급하는 금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어뉴이티를 소유하고 있다면 수익률을 비교해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투자자 대부분이 어뉴이티의 수익률을 모른다. 재정문서에도 나오지 않는다. 수익률을 모르는 투자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주식시장은 지난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12.6%이다. 이 기간 투자한 돈이 거의 3배로 불어나는 놀라운 수익률이다. 여기에 비해서 어뉴이티 수익률은 주식시장의 수익률과 비교해 보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목돈으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하면 물가가 상승해도 꾸준히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남는 자산을 자식에게 혹은 손주에게 상속할 기회가 된다. 연금으로 받으면 정해진 생활비를 받기는 하지만, 물가가 상승해도 연금은 같은 금액이고 자식들에게 상속할 수 있는 돈도 없다. 소중한 목돈을 보험회사에 주었기 때문이다. 뱅가드(Vanguard) 창업자인 잭 보글은 미국 금융회사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했다. “대부분의 투자회사는 일반 고객에게 부끄러운 행위를 한다. 뮤추얼펀드 회사가 부과하는 비용은 고객의 돈을 절도하는 것과 같고 보험회사나 투자회사가 부과하는 수수료는 노상강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너무 좋은 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Too good to be true)'라는 문구를 투자하기 전 재삼 숙고해봐야 한다. 이명덕 / 박사·RIF재정칼럼 금융상품 조심 투자자 마음 투자자 대부분 생활비 지급